문답시
시 : 권순악
그림 : 김성로
꽃가지 휘어잡고 낙화에게 물어 본다
봄빛은 아직 남아 있는데 너는 왜 벌써 가느냐고
낙화는 조용히 웃으며 말한다.
떠날 때를 알아야 새잎이 돋아나고 열매가 맺는다고.
볕 좋은 봄 날 조그마한 들꽃에 물어 본다.
너는 왜 다른 꽃들처럼 붉고 크게 피지 않느냐고
들꽃은 한들한들 웃으며 말한다.
세상은 내 모습에 다른 색이 있어야 아름다운 것이라고.
하늘이 높고 푸른 날 구름에게 물에 물어본다.
너는 왜 다른 모양으로 수시 변하느냐고
구름은 멀리 멀리 손짓 하며 말한다.
변하는 것은 세상의 이치이니 따르는 것이 순리라고.
강 가애 앉아 흐르는 물을 보고 물어 본다.
너는 왜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흘러가느냐고.
물결은 출렁출렁 흘러가면서 말한다.
앞에 물이 흘러가야 뒤에 오는 물이 맑아진다고.
긴 밤 잠 못 들어 창문 열고 달에게 물어본다.
너는 왜 밤마다 떠올라 세상 사람을 울리느냐고
휘영청 밝은 달이 은은한 미소로 말한다.
다정한 친구 되어 아픈 마음 달래 주는 것이라고.
하늘 높이 나는 철새를 불러 잠시 물어본다.
너는 왜 해마다 멀리서 날라 와 우느냐고
철새는 훨훨 빠르게 날라 가며 말한다.
오다가다 살던 곳이라도 어찌 옛정을 잊을 수 있느냐고.
덧없이 흘러가는 세월 보고 물어본다.
너는 왜 한 번 가면 다시 오지 않느냐고
세월이 무정하게 달려가며 야속하게 말한다.
서러워도 어쩌겠나, 다시 오면 세상 질서가 무너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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