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의 거리
시 : 김태수
그림 : 김성로
행간이 넘치고
온갖 은유가 판치는 신춘의 거리,
피아노건반 두드리듯 종종걸음으로 건널목을 건너간다.
등용문을 꿈꾸며
문학 수첩을 옆구리에 끼고
문학동네 주위를 기웃기웃하던 그들 가운데
누구는 쓰디쓴 술을 들이켜고
누구는 아무 잘못 없는 학연을 들먹거리고
누구는 포연 자욱한 거리에 버려진
탄피 같은 문장을 주우려 혈안이다
파지로 연명하는 등 굽은 어르신 조차
거들떠보지 않을 값싼 문장이 서럽게 굴러다니다가
마른 잎사귀처럼 바스스 부서진다.
먹고사는 것이 우선인 음식점 조차
눈이 번쩍 띌만한 요리를 선보이지 않고서야
어찌 살아남기를 바랄까.
불필요한 대가릴랑 댕강 쳐내고
꼬리는 싹둑 잘라 버리고
남은 몸통으로 입안에 착착 감기는 요리를 손님 앞에 내놓아도
거들떠보지 않는 젊은 지성들,
무전기를 손에 꼭 쥔 채
파리 날갯소리 들리는 책방 앞을 유유히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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