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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글/그림과 글(MY WORK)

작업 단상

김성로 [평화로운 날] 수묵스케치, 2007



이제 막 작품 한 점을 완성했다.

살 것 같다. 존재의 의미를 찾은 기분이다.


흰 백지의 두려움은 작품제작을 해 본 사람은 안다.

아무것도 없는 백지는 그 자체로 이미 완벽하다.

거기에 흔적을 남긴다는 것이 얼마나 커다란 공포인지......

무엇을 그릴까?

어떻게 표현할까?

표현방법과 재료는? 한참을 생각한 후

여러 가지 표현재료를 준비하느라고 또 30분에서 1시간 이상을 소요한다.

이 과정은 정말 짜증난다. 이것이 귀찮아 한번 펼치면 한 달 내내 계속 작업을 해야 한다.

치우고 정리하는데 또 그만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방학을 하고 재료를 펼치면 그때부터 아내의 눈치도 봐야한다.

작업실이 따로 없이 거실 한가운데를 장악하고 그리기 때문이다.

아내는 애써 참는 눈치지만 내가 봐도 거실 전체가 지저분하기 짝이 없다.

스케치 한 작품과 각종자료, 여러 가지 채색재료 등이 펼쳐져 어쩔 수 없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게 아닌데 괜한 변명만 늘어놓았다.


작품을 구상하는 단계부터 이 작품이 과연 존재할 만한 가치가 있을까를 저울질 해 본다.

각오하고 여러 차례 고비를 넘기고 작품을 완성해도 마음에 흡족한 적은 별로 없다. 그래서 바로 이어 다음 작품에 도전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한 번 붓을 잡으면 일주일 이상 집 밖을 나가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도 한 작품이라도 완성하게 되면 기분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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