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로 [여정] 45*45cm, 한지위에 아크릴. 2001
여 정(旅 精) / 이 옥선
너도 때때로 정착을 꿈 꾸는구나
아니지
본성의 회귀본능이니
당연한 일인데도
생명 터전에 근원의 뿌리 내리고
대들보 이은 처마밑에
지푸라기처럼 가볍고 메마른
흔들리는 삶을 내려놓고 싶은 거지
흔들이는게 어디 마음뿐일까
시시때때로 영혼을 들쑤셔 데는
광활한 대지의 거친 숨소리
더 멀리 펼쳐진 아련한 수평선
하늘과 맞닿은 끝없는 자작나무숲이
유혹의 미소로 손짓하며 속삭이니
어제는
정착을 꿈 꾸다가도
홀연히 발길 돌아나는
혈통의 순례를 어찌 막을 건가
사는 것은 흔들리며 살아가는 것임을
간혹
따스한 대지 같은 젖무덤에 코를 박고
숨마저 놓고 싶어지는 시간이
두려워 너는 오늘도
먼 보헤미안의 하늘을 바라보며
가없는 生의 날개를 퍼덕이니
가끔은 고단한 안식을 위해
삶의 지팡이를 짚고
절름발이 다리를 쉬어야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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