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림과 글/그림과 시(picture poem)

도회지를 떠나서

김성로 [자연속에서] 70*70cm, 한지위에 아크릴. 2000

 

 

도회지를 떠나서 / 석산 김영준


옥양목 한 필 산 허리 휘감았구나

세월아! 매정하게 가려말고

저 하얀 천 몸에  두르고 총총걸음 말거라


산 어귀 남새밭 이랑 일구는

삼베 옷 아낙의 등에 송알송알 맺힌 땀

바람아! 시원스레 훔쳐가다오


까투리 장끼야!  사랑놀음 조용히 하려무나

한 낮 동안 서럽게 울다 지쳐 잠들은

저 가여운 들꽃들을 꼭 깨워야 하겠느냐


모롱이 바위 옆에 외로이 선 소나무야!

뉘엿뉘엿 노을 가고나면 쓸쓸하고 쳐량하겠지

산새에게 부탁하여 둥지틀게 해주련?


회색빛 콘크리트 교통지옥 뒤로하고

홀가분히  찾아 든 두메산골

이 곳에 내 몸 누이고 글에 묻혀 살고파라


뼛속 깊이 파고드는 시린 계곡물에 발 담그고

가슴 가득히 담긴 욕망을 흘러보내며 사는

푸성귀에 보리밥 얹혀 쌈싸먹는 사랑이 예로구나

 

 

 

 

 

'그림과 글 > 그림과 시(picture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슬픈 날에는  (0) 2007.12.09
독 백  (0) 2007.12.09
가을을 걸으며  (0) 2007.12.06
나그네  (0) 2007.12.06
들국화 향기  (0) 2007.1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