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로 [자연속에서] 70*70cm, 한지위에 아크릴. 2000
도회지를 떠나서 / 석산 김영준
옥양목 한 필 산 허리 휘감았구나
세월아! 매정하게 가려말고
저 하얀 천 몸에 두르고 총총걸음 말거라
산 어귀 남새밭 이랑 일구는
삼베 옷 아낙의 등에 송알송알 맺힌 땀
바람아! 시원스레 훔쳐가다오
까투리 장끼야! 사랑놀음 조용히 하려무나
한 낮 동안 서럽게 울다 지쳐 잠들은
저 가여운 들꽃들을 꼭 깨워야 하겠느냐
모롱이 바위 옆에 외로이 선 소나무야!
뉘엿뉘엿 노을 가고나면 쓸쓸하고 쳐량하겠지
산새에게 부탁하여 둥지틀게 해주련?
회색빛 콘크리트 교통지옥 뒤로하고
홀가분히 찾아 든 두메산골
이 곳에 내 몸 누이고 글에 묻혀 살고파라
뼛속 깊이 파고드는 시린 계곡물에 발 담그고
가슴 가득히 담긴 욕망을 흘러보내며 사는
푸성귀에 보리밥 얹혀 쌈싸먹는 사랑이 예로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