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림과 글/그림과 시(picture poem)

나무가 되고 싶다

김성로 [나무] 45*45cm, 한지위에 수묵. 2007

 

 

나무가 되고 싶다



                              석산 김영준



묵묵히 세월을 지켜보며 사는

한 그루 나무가 되고 싶다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왜 없으랴마는 한 마디 불평 없이

푸르른 잎 그늘에 새들이 쉬었다 가게하고

메마른 가지에 까치가 둥지 틀게 팔을 벌리고

북풍한설에도 아랑곳없이 하늘만 사모하는

욕심 없는 나무가 되고 싶다   


창 밖의 나무가 추위에 떨고 있다

그가 애원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나의 따뜻한 사랑의 옷을 입혀주고 싶어서

나는 어느새 창 밖의 한 그루의 나무가 된다

그가 성큼성큼 걸어가 대문을 들어선다

창 안에서 그가 나를 바라보고 몸을 녹인다

하늘이 하얀 눈이 되어 펑펑 쏟아지니

그가 나를 안쓰럽게 바라보며 두 눈을 깜박거린다


하늘 자락 끝에서 어머니가 미소 짓고 있다

그 옆의 남자는 기억조차 없는 아버지일까?

양옆에서 큰 형과 셋째 형이 손짓한다

한 차례 바람이 하얀 눈으로 네 사람을 가린다

손으로 창을 닦으니 나무가 나를 바라보고 씽끗 웃는다

내가 바라볼 땐 그는 창 밖에 있고

그가 바라볼 땐 내가 창 밖에 서 있다

우린 그렇게 창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염려하나 보다

 

'그림과 글 > 그림과 시(picture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다새의 귀향  (0) 2007.12.27
자전거  (0) 2007.12.27
눈꽃雪花 의 서정사랑  (0) 2007.12.22
당신을 위한 기도  (0) 2007.12.18
북풍에 마르는 자아  (0) 2007.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