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로 [나무] 45*45cm, 한지위에 수묵. 2007
나무가 되고 싶다
석산 김영준
묵묵히 세월을 지켜보며 사는
한 그루 나무가 되고 싶다
하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왜 없으랴마는 한 마디 불평 없이
푸르른 잎 그늘에 새들이 쉬었다 가게하고
메마른 가지에 까치가 둥지 틀게 팔을 벌리고
북풍한설에도 아랑곳없이 하늘만 사모하는
욕심 없는 나무가 되고 싶다
창 밖의 나무가 추위에 떨고 있다
그가 애원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나의 따뜻한 사랑의 옷을 입혀주고 싶어서
나는 어느새 창 밖의 한 그루의 나무가 된다
그가 성큼성큼 걸어가 대문을 들어선다
창 안에서 그가 나를 바라보고 몸을 녹인다
하늘이 하얀 눈이 되어 펑펑 쏟아지니
그가 나를 안쓰럽게 바라보며 두 눈을 깜박거린다
하늘 자락 끝에서 어머니가 미소 짓고 있다
그 옆의 남자는 기억조차 없는 아버지일까?
양옆에서 큰 형과 셋째 형이 손짓한다
한 차례 바람이 하얀 눈으로 네 사람을 가린다
손으로 창을 닦으니 나무가 나를 바라보고 씽끗 웃는다
내가 바라볼 땐 그는 창 밖에 있고
그가 바라볼 땐 내가 창 밖에 서 있다
우린 그렇게 창을 사이에 두고 서로를 염려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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