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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글/그림과 시(picture poem)

하나가 되기 위한 빗방울들의 운동

김성로 [하나 되어] 45*45cm, 한지위에 아크릴. 2008

 

 

 

하나가 되기 위한 빗방울들의 운동


                             이 가림


까마득한 높이에서

빗방울들이 수직으로 떨어진다

죽음조차 두렵지 않다는 듯

해맑은 얼굴로

떨어진다


떨어지는 빗방울들은

산산조각 제 몸을 땅에 바친다

아까울 것 하나 없는 운명이라는 듯

제 몸을 바친다


낮은 데로 낮은 데로 흘러

모여서

더 이상 갈라서지지 않는

하나의 무리가 되어

나아갈 제 길을 스스로 만든다


사람들은 믿지 않는다

홈통을 타고 흘러내리는

이 조그만 것들의 가느다란 소리가

꽉 막힌 하수구를 뚫고 둑을 무너뜨리고

콘크리트 장벽을 허물게 되는 것을


하나뿐인 제 몸을 내던져

살갗과 살갗 서로 부비는

저 빛 머금은 눈물 같은

목숨들의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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