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로 [인연] 45*45cm, 한지위에 아크릴. 2008
추억 만들기
글/ 너울 윤준한
등 뒤의 오늘은
한낮 지난 기억에 불과했다
작은 두근거림의 시작이었던
가슴 저 편의 아련한 흔들림
세상이 너로 인해 변할 수 있음을
난생처음 가슴으로 느꼈을 때
내겐 작은 날개가 돋아 있었다
가슴속 못 다한 말이 남아있는데
어느 순간 남겨진 너의 그림자
하늘은 짙은 회색으로 변해 버리고
곰삭히며 흘린 눈물로 인해
내게 남은 날개도 부러지고 말았다
어느 날
낯선 이방인처럼 너를 다시 보았을 때
끊어진 인연의 실타래마냥
무덤덤한 현실의 굴레 속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를 보았다
꿈이었구나
이미 끊어버린 영겁의 인연은
운명을 다한 시계태엽처럼
아스라히 먼 기억에서 숨을 죽이니
이젠 정녕 꿈으로 남는구나
등 뒤의 오늘은
바람이 만든 무심한 기억이 아니라
지워지지 않는 아름다운 추억이고 싶다.
윤준한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