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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글/그림과 시(picture poem)

도회지를 떠나서

 

 

  



도회지를 떠나서


                        글 : 석산 김영준

                   그림 : 솔뫼 김성로



옥양목 한 필 산 허리 휘감았구나

세월아! 매정하게 가려말고

저 하얀 천 몸에  두르고 총총걸음 말거라


산 어귀 남새밭 이랑 일구는

삼베 옷 아낙의 등에 송알송알 맺힌 땀

바람아! 시원스레 훔쳐가다오


까투리 장끼야!  사랑놀음 조용히 하려무나

한 낮 동안 서럽게 울다 지쳐 잠들은

저 가여운 들꽃들을 꼭 깨워야 하겠느냐


모롱이 바위 옆에 외로이 선 소나무야!

뉘엿뉘엿 노을 가고나면 쓸쓸하고 쳐량하겠지

산새에게  부탁하여 둥지틀게 해주련?


회색빛 콘크리트 교통지옥 뒤로하고

홀가분히  찾아 든 두메산골

이 곳에 내 몸 누이고 글에 묻혀 살고파라


뼛속 깊이 파고드는 시린 계곡물에 발 담그고

가슴 가득히 담긴 욕망을 흘러보내며 사는

푸성귀에 보리밥 얹혀 쌈싸먹는 사랑이 예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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