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길을 나선다
시 : 切苾
그림 : 김성로
모든 죽었던 것들이 일어나는 새벽엔
나도 잠이 덜 깬 서성임으로 길을 나서겠네
지치고 아픈 일들이 즐비한 저 너른 세상으로 나가
뿌리가 병든 풀 포기 걸러내고
약한 것들이 아파하는 소리를 들어주다가
한참은 또 같이 울면서 그렇게 나이도 먹어가겠네
미워할 것도 없이 떠난 사람과 또 생각의 문고리 잡고
늘 분주히 오가는 어제의 사람들과 악수하며
어쩌면 뻔해질 저녁 귀갓길, 늘 가던 선술집에서
탁발의 시름 한잔 놓고 하루를 울리라
다 허전한 것들 속 언젠가 단잠을 깬 딸아이가
이승의 내 흔적들을 추억할 땐 이미 흙이 되어
나무의 뿌리 밑에서 봄날 물오른 나무 이파리로
살아 오를지라도, 새벽이 밀어내는 길로 나서며
오늘을 살겠네
슬픔의 동굴 속 저 멀리 불빛이 흔들리고
앞으로 운으로 한 삼십 년은 살려나
생활의 혈관들이 빠르게 세월을 저다 나르고 있을 때
그 새벽은 참 맑은 희망이었고, 금광의 돌무더기에서
황금을 캐는 시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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