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림과 글/강인한(시 모음)

섬에서 섬으로 / 강인한

                 

 

 

섬에서 섬으로


          시 : 강인한

         그림 : 김성로



길이 끝나는 곳에 서 있는 나무들

서어나무들이 풀어준 바다

지느러미 흔들며 시야에서 사라진 바다

띄엄띄엄 서있는 가로등 불빛을 빗질하듯

가을비가 내린다

마음을 따라 몸이 가는 것

마음을 따라 몸이 가는 것

바람에 섞여 비가 중얼거린다

저만치 물러간 밤바다가 남긴 갯벌에

게를 잡는 불빛 오르내리고

비 맞는 서어나무 아래

애를 태우며 설레는 빗발, 빗발

대부도에서 선재도 다시 영흥도로 이어진

이 길이 다시 어디로 갈 것이냐고 묻는다

한 줄기 쇠사슬로 이어진

끊을 수 없는 운명

섬에서 섬으로 건너온 마음이여

먼 전생의 불빛을 그대 바라보고 있느냐

서어나무 가지 아래 비를 긋는

가엾은 인간의 마음을 갯벌에 촘촘히

박아놓고 간 어둠뿐인 바다 앞에서


( 2007. 9. 27 ) <현대시학> 2007. 10월호

 

 

 

'그림과 글 > 강인한(시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늘의 물고기   (0) 2009.12.05
[스크랩] 강인한1  (0) 2009.04.02
임진강  (0) 2008.07.02
늦은 봄날(강인한)  (0) 2008.06.07
오후의 실루엣  (0) 2008.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