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서 섬으로
시 : 강인한
그림 : 김성로
길이 끝나는 곳에 서 있는 나무들
서어나무들이 풀어준 바다
지느러미 흔들며 시야에서 사라진 바다
띄엄띄엄 서있는 가로등 불빛을 빗질하듯
가을비가 내린다
마음을 따라 몸이 가는 것
마음을 따라 몸이 가는 것
바람에 섞여 비가 중얼거린다
저만치 물러간 밤바다가 남긴 갯벌에
게를 잡는 불빛 오르내리고
비 맞는 서어나무 아래
애를 태우며 설레는 빗발, 빗발
대부도에서 선재도 다시 영흥도로 이어진
이 길이 다시 어디로 갈 것이냐고 묻는다
한 줄기 쇠사슬로 이어진
끊을 수 없는 운명
섬에서 섬으로 건너온 마음이여
먼 전생의 불빛을 그대 바라보고 있느냐
서어나무 가지 아래 비를 긋는
가엾은 인간의 마음을 갯벌에 촘촘히
박아놓고 간 어둠뿐인 바다 앞에서
( 2007. 9. 27 ) <현대시학> 2007.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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