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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글/그림과 시(picture poem)

바람이 된 나의 꽃 이야기 / 이세종

 

                 

 

 

 

 

바람이 된 나의 꽃 이야기

 

                       시 : 화림 이세종

                      그림 : 솔뫼 김성로



바람이 되느라고

오랜 시간 꽃으로 피었다

그 무덥던 여름,

홀로 뜨겁게 피다가

걷지 못하는 뿌리가 한몸인 것을 알고

오래도록 몸부림치며

스스로 적막 속에 잠들곤 하였다

 

어떤 이는 꽃을 따기도 하고

어떤 이는 꽃병에 꽂아 주기도 하였다

그래도 바람이 간 길로

쓸쓸한 거리가 생겨났고

꽃잎은 그 길을 채우고자 했다

 

지나가던 수레바퀴마저

꽃의 숨결에 가만히 귀 기울이다가

나의 꽃잎이 다 떨어진 것을 보고 떠났고,

꽃은 그제서야 별이 일러준대로

바람이 간 길을 찾아 나섰다

 

잃어버린 시간들의 손짓,

아무도 없는 우주의 적막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