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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글/그림과 시(picture poem)

가을은 /임미연

 

                       

 

 

 

 

가을은 


              시 : 花心 임 미연

            그림 : 솔뫼 김성로



너를 기다리다가 지친

사립문밖에 어둠이 내리고

빨간 우체통은 외로이 떨고 있다


바람이 불고 계곡에 물소리

은슬로 찰랑거리는데

전나무잎 불빛 꺼버리고

너를 기다리다가

그리움은 내 가슴 위로 소리없이 지나간다.



어느 해 가을 저문 날

우리 함께 했던 이국적인

통나무 카페에서

이렇게 홀로 너를 기다리는 것은


지나간 것들을 꽁꽁 동여맨

내 운명의 중심에서

언제나 네가 영혼의 소통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리도 빛도 한울림으로 영롱하게 뭉쳐

외로운 두 가슴 어루만져주던 언덕에 앉아

저녁별들이 흘리는 눈물을 보며

우리가 영원할 것이라 믿었던 것들

몇 편의 바람에 날리고

홀로 이 언덕에 서 있는 것은

가을이 잡초향 서럽도록

아름답기 때문이다


                   2008.0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