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시 : 나 병 춘
그림 : 김성로
언어는 연어보다 작고 씩씩한 물고기
깊은 계곡에서 태어나
수평선 지나 머나먼 난바다로 갔다가
다시 맑고 시원한 고향으로 돌아오는 물고기
그 싱싱한 언어를 찾아
수많은 시인과 화가 음악가들이
천년 하늘 땅을 샅샅이 찾아 헤매지만
아무에게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어부도 낚시꾼도
그 희한한 물고기 낚으러
어제도 오늘도 바다와 호수를 찾아다녔지만
아무도 그 얼굴 모습과 색깔과 향기를 모른다
다만 그 언어라는 물고기 지느러미를 느껴본 자는
어린아이뿐
배고파 울적에 제아무리 멀리 가 있는 어머니라도
그 안타까운 소리 찾아 냉큼 달려온다는 오묘한 물고기
그 물고기를 언젠가 잠깐 본 적이 있다
아무도 없는 캄캄한 밤
물고기자리 별자리로 떠서
물끄러미 내려다보는 젖은 눈썹을 본 적이 있다
언어는 새끼연어보다 물방울보다
더 은은하게 빛나는 신비로운 물고기
나의 입술에서 태어나 너의 하늘로 헤엄쳐가는
아무도 본 적 없는 풍경소리 같은 물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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