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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글/그림과 시(picture poem)

비내리는 창가에서 /정민자

 

           

 

 

 

비내리는 창가에서


                        시 : 정 민자

                     그림 : 김성로



가슴에 빗물이 가득 고였다

비가 왔나보다

외로움과 그리움의 전유물,

떠나간 이가 느닷없이 창가에 서 있다


비 내리는 창가에 첫사랑의 이름이

흐린 창틈사이로 길을 내고 왔다

빗물의 아른한 영상으로 수채화가 번지며

바람의 입술을 빌려 나를 부르는 이가 서 있다

 

가만히 바람의 귀로 듣다가

그리워도 말고 외로워 하지도 말자던

다짐의 굳은 살이 벗겨진다

 

창밖보다 가슴에 쏟아지는 비로

아직도 젖은 이름 지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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