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림과 글/그림과 시(picture poem)

상한 영혼을 위하여 / 고정희

            

 

 

상한 영혼을 위하여


                       시 : 고정희

                     그림 : 김성로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 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 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에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에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외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그림과 글 > 그림과 시(picture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는 사람이 행복하다 /마경덕  (0) 2008.12.05
시공(時空) / 고창수  (0) 2008.12.03
시고 단 포도 / 김금용  (0) 2008.11.27
지난 가을 (I) / 박정연  (0) 2008.11.26
낮 달 / 이양덕   (0) 2008.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