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림과 글/그림과 시(picture poem)

엄마의 바다 / 김선근

 

                 

 

 

 

엄마의 바다

 

                                                   시 : 김선근

                                                 그림 : 김성로

 

 

갈라져 아름다운 것을 보았지요

해를 짊어지고 밭이랑 속에서 사신 엄니의 손등처럼

물결에 갈라진 수 천 조각의 달빛들

손등사이로 흐르던 땀방울처럼 반짝이네요

엄니의 가슴에 콕콕 못을 박듯

바닷가를 거닐며 발자국을 새겼지요

자식의 허물을 쓸어안고 등 뒤로 숨기듯

파도는 발자국을 지워내고

아무 일 없다 하얀 포말을 물고

너스레를 떨고 있네요

거친 손 보이면 자식 기죽는다고 밤새

남비에 붙어 말라 버린 밥알을 떼어 내듯

손을 불리고 닦는 엄니가

죽어 바다가 된 것일까?

발목을 쓰다듬는 파도가 그때처럼 까칠하여

짜운 눈물 손에 쥐어 드렸더니

수평선에 널어놓은 넋두리들을

달빛을 가른 틈새로 땀박땀박 받아 내고 있네요

엄니는 죽어서도

바다의 이랑을 매고 있네요

밤새 매어 놓은 이랑에

평생을 짊어지고 사시던 해를

이제 사 내려 놓으셨네요

참 붉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