갯마을 당산나무 / 솔뫼 김성로
갯마을 사당 앞
버려진 목선은 차츰 폐선이 되어가고
당산나무는 점점 가지를 넓게 벌려왔다
갯마을 사람들은 조개를 줍거나 고기를 낚고
바다의 향기를 온몸에 적신 후 이윽고 바다를 품었다
오랫동안 바닷가 풍경을 지켜보며
청상과부의 울음과 넋두리가 배여든 당산나무
갯마을 모든 사연은 작은 알갱이가 되어
촉촉한 바닷바람과 함께 나무속으로 들어와
아픈 옹이가 되었다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바다
해풍에 씻기고 설움과 눈물에 씻기다
커다란 고목이 되어버린 당산나무
갯마을 사람들이 모두 떠난 후
비로소 속에 감추어진 것들을 하나하나 드러내었다
싸늘한 겨울바람과 함께
떠돌다 빈손으로 찾아 온 나그네
힘없이 당산나무에 기대어
공허한 눈길로 바다를 바라볼 때
갯마을 이야기 하나 화두처럼 툭 불거진다
사당 앞 단단한 바위도 파도에 쓸려 여러 개의 다른 돌멩이들을 품고 있는 것이 드러
났고, 당산나무 밑동 커다란 옹이는 아픈 사연들을 털어버린 듯 속이 텅 비어버렸지만
바람이 불 때마다 낮은 흐느낌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가슴속에 아픈 알갱이들을 품은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은 겨울바람과 함께 찾아든 외로
운 나그네만은 아니었나 보다. - 201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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