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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박정은)/단편소설(박정은) novel

헛꽃(1) 헛 꽃(1) 박 정 은 1 흰순이가 죽어가고 있다. 세 놈 중 맨 꼴찌로 어미 뱃속에서 나와 제법 앙살도 부리며 살아남으려 애를 쓰더니, 시간이 흐를수록 억센 두 놈들 틈에서 전의를 상실한 채 기운을 잃어갔다. 어미 젖꼭지에 매달려 안간힘을 써 보지만 이내 힘센 두 놈에게 깔리거나 떠밀려 가냘프게 울.. 더보기
함정(5) 함정(5) 박 정 은 뻐꾸기가 울었다. 난이 엄마였다. 같은 반 학부형인 난이 엄마는 오늘 학부모 총회에 다녀왔다며 한참동안 망설이다가 어이 없는 얘기를 전해주었다. 아이들 담임과 학부형들이 회의를 하는데 그녀가 난데없이 그 자리에 없는 내 안부를 걱정하는 척 하더니 내 비밀 얘기라며 털어놨.. 더보기
함정(4) 함정(4) 박 정 은 새벽잠을 설친 탓에 비몽사몽으로 남편의 출근과 아이들의 등교를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그들이 따나자마자 잠옷인 채로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꿈속인 것처럼 다시 뻐꾸기가 울었이 떨렸다. 죄를 지은 적은 없다고 생각되지만 혹시라도 우리가 모르는 새 어떤 일에 얽혀 들어 있을 지.. 더보기
함정(3) 함정(3) 박정은 새벽잠을 설친 탓에 비몽사몽으로 남편의 출근과 아이들의 등교를 제대로 지켜보지 못하고 배웅하는둥 마는둥 다시 잠자리에 돌아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꿈속인 것처럼 다시 뻐꾸기가 울었다. 착각이었나 하며 다시 돌아누우려는데 아직도 잠속에 반쯤 잠겨 있던 의식을 완전히 깨.. 더보기
함정(2) 함정(2) 박정은 새벽잠을 설친 탓에 비몽사몽으로 남편의 출근과 아이들의 등교를 제대로 지켜보지 못하고 배웅하는둥 마는둥 다시 잠자리에 돌아와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꿈속인 것처럼 다시 뻐꾸기가 울었다. 착각이었나 하며 다시 돌아누우려는데 아직도 잠속에 반쯤 잠겨 있던 의식을 완전히 깨.. 더보기
함정(1) 함 정 (1) 박정은 지붕위로 길게 자란 해바라기를 자르고 있었다. 씨를 뿌린적도 없는 야생 해바라기가 지붕 뒤로 불쑥 솟아 있는 것을 발견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 동안 아무도 모르게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뻗어 올리며 씨를 맺을 때까지 키를 낮추어 은밀히 자라다가 어쩔 수 없는 생명의 힘에 .. 더보기
꽃이 있었지 3 꽃이 있었지-3 박정은 그녀는 촛불을 켰다. 어디에선가 주어온 작은 탁자 위에 촛불은 그녀와 반원을 그리며 종이 위를 비추었다. 주변의 냉기에도 불구하고 연필로 정성들여 한자씩 한자씩 써내려가는 그녀의 뺨이 발그레 달아 올랐다. 비로소 자신 앞에 마주한 그 느낌 때문일까, 그녀는 우물처럼 가.. 더보기
꽃이 있었지 2 꽃이 있었지-2 박정은 처음 그녀가 남편과 아이들이 살고 있는 집을 떠나왔을 때 발목을 묶었던 족쇄에서 풀려난 것처럼 홀가분하고 평안했다. 몇 십년간 자신의 어깨를 짓누르던 무거운 짐을 내려 놓은 것 같은 자유로움이 물결쳐 왔다. 일상의 무게에서 놓여나자 그 자리를 대신해 해일처럼 잠이 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