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로 [가슴은 풍랑에] 2001
가슴은 풍랑에...
무중무
포근하고 청명한 날에
바람이 분다.
비가 몰아친다.
고요를 구가하던 가지
부러질듯 흔들린다.
창가에 빗물이
주르를 흘러내린다.
텅빈 가슴에
무엇이 꿈틀거린다.
애원의 손길
뿌리치지 못한 가슴은
풍랑에 흔들리는 조각배처럼 흔들거린다.
잊어야할 그 무엇
산화되지 못한 그리움이
고개를 든다.
쉼 없이 되뇌이는
가늘게 떨리는 입술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사그러드는 촛불 앞에
합장한 두손바닥
흥건히 고인 땀
주르르 흘러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