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로 [떠나가는 번뇌] 70*70cm, 한지위에 아크릴, 2007
떠나가는 번뇌
무중무
산새들의 날개 짓 멈춘 지 오랜
소슬 바람 지나는 길목에
산사의 밤은 깊어간다.
촛불 홀로 타오르고
하이얀 달빛 부서지며
문틈 새로 스며든 법당
옷자락에 매달린 백팔번뇌
간절한 하소연 익어 가는데
꿈틀 거리는 여승의 아미
별빛이 어린다.
별빛에 잠긴 두 눈동자에
어리는 눈물
번뇌의 석별인가!
방울방울 떨어지는 두 방울
체념에 젖은 번뇌
새벽바람 문틈 새로
갈 길을 찾았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