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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글/그림과 시(picture poem)

자화상

김성로 [화병] 70&70cm, 한지위에 아크릴. 2000

 

 

자화상 / 화림 이세종


 

질퍽한 질그릇으로

깨어졌다

쪽빛이라서 허허 웃다가

흙속에 반쪽 묻혀 질그릇의 바닥만 내밀고 있다


도공의 서툰 솜씨로

질그릇 바닥의 이름만

나뒹굴며 깨어진 조각이 하늘보고 웃는다.


투박하게 세상에 놓였다가

허옇게 드러 낸 이빨이

내 가슴을 갉아 먹고

세월은 슬픔을

바다의 섬만큼이나 세웠다.


퍼덕이던 시간마다

내내 아팠던 일들도

시간의 나들목에 서서

움켜질 모래알로 잡지 못 할 시간의 오류였다.


시간의 땀들은 지나온 길에

거미줄을 치고 산다.


가슴 속 옛길은

폭풍우에 멀리 휘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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