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로 [나의 소중한 혈육] 90*90cm, 한지위에 아크릴. 2008
모쿠슈라 / 강인한
어디로 갈까, 가야 하나
붉은 사막을 맨발로 건너가는 달을 보았다
배스킨라빈스의 나이 서른 하나가 너무 늦은 거라면
내게 남은 건 아무것도 없어요
너는 내게 말했다
언제고 그렇다 너무 늦은 건 아니다
죽음이 내일 생각지 않은 쓰나미 속에 묻어올지라도
오늘은 늦은 게 아니지
창 밖으로 흰눈을 내다보는 키 작은 백량금은
알알이 붉은 열매를 매달고
겨울 건너 봄 한철을 또 견디는 것을
나도 잘 알고 있지
문제는 상처다
뼈에 가까운 상처는 지혈이 어려워
그런 상처만 아니라면
저 붉은 사막을 나는 걸어갈 수 있겠다
낙타가 없어도
내가 낙타가 되어서 가야 하지 않겠느냐
모쿠슈라
회오리바람 치솟는 어둑한 하늘 아래
우리가 만난 것은 뜻밖의 행운이고 기쁨이었다
저 붉은 사막에 걸쳐지는 검은 그림자를
네가 보는 거기는
어디냐, 물결 소리 낮아서 평화로운 거기는.
* 모쿠슈라 : 게일어로 '나의 소중한 혈육'이란 뜻.
글 출처 : http://cafe.daum.net/poem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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