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아파트의 바람
시 : 황도제
그림 : 김성로
낡은 아파트 옥상. 빨랫줄에
양말과 수건과 팬티와 브래지어
부끄럽지 않다.
가릴 것 없는 적빈
고층 빌딩에 가로 막혀 길 잃은 바람은
좋은 기회인듯 사내처럼 치근거리고
삶에 지친 속옷들은 반응이 없다.
연애가 밥 먹여 주나
솔직한 무관심
바람은 심술이 나
여인의 치마를 들어올리지만
무겁기만한 가난
디딜 땅을 거부하는 구름은 평화롭고
한 뼘 땅을 비손하는 여인은 눈물겹고
한가로움과 초조가 전신줄처럼 떠 있는 하늘
땅을 기업으로 받은 사람은
온유한 자들일까?
그렇겠지
나는 심령이 가난하니
천국이 내 것일 테고
살아서 괴로우니
죽어서 편하리로다
낮게 깔리는 독백
바람은 빈곤의 쉰 목소리에 감전되어
엘리베이터 없는 계단으로
죽음처럼 떨어져 내린다.
'그림과 글 > 그림과 시(picture poem)'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다는 것 4 / 지개야 (0) | 2008.12.29 |
---|---|
무지개 / 김민형 (0) | 2008.12.26 |
저 강물은 / 이양덕 (0) | 2008.12.20 |
낙타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다 / 윤준한 (0) | 2008.12.17 |
산다는 것 3 / 지개야 (0) | 2008.12.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