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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글/그림과 시(picture poem)

낡은 아파트의 바람 / 황도제

                     

 

 

낡은 아파트의 바람


                시 : 황도제

               그림 : 김성로



낡은 아파트 옥상. 빨랫줄에

양말과 수건과 팬티와 브래지어

부끄럽지 않다.

가릴 것 없는 적빈

고층 빌딩에 가로 막혀 길 잃은 바람은

좋은 기회인듯 사내처럼 치근거리고

삶에 지친 속옷들은 반응이 없다.

연애가 밥 먹여 주나

솔직한 무관심

바람은 심술이 나

여인의 치마를 들어올리지만

무겁기만한 가난

디딜 땅을 거부하는 구름은 평화롭고

한 뼘 땅을 비손하는 여인은 눈물겹고

한가로움과 초조가 전신줄처럼 떠 있는 하늘

땅을 기업으로 받은 사람은

온유한 자들일까?

그렇겠지

나는 심령이 가난하니

천국이 내 것일 테고

살아서 괴로우니

죽어서 편하리로다

낮게 깔리는 독백

바람은 빈곤의 쉰 목소리에 감전되어

엘리베이터 없는 계단으로

죽음처럼 떨어져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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