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서
시 : 淸明 김태수
그림 : 솔뫼 김성로
한 때는 느티나무라는 이름으로
생애 애착에
목말라하지 않는
꽤 괜찮은
삶을 살아왔을 법한
그루터기가 기다림에 지쳐
동구밖에 주저앉아있다
숲을 이룬 나무이파리가
시들었다 하여
숲이 아닐 수 없는 것처럼
그 무엇을 향한 그리움에 흠이
보였다 하여
믿음마저 저버릴 수는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겠다
설화雪花가 된 절망이
얼어붙은 영혼을 기억하듯
여낙낙한 불꽃도
정염情炎의 날을 기억하는 법이다
퍼붓던 소낙비 그치고
웃비 내리면
젖어버린 흔적을 지워야겠지
그리고 고개 숙인 절망을
뒤흔들어놓은 그 무엇인가도 지울 수 있겠지
꿀꺽꿀꺽, 별을 삼킨 숲 속을
밝힐 수 있는 반딧불이처럼
잘만하면 새까맣게 타버린 밤을 밝힐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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