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에 서다
시 / 화림 이세종
그림 / 솔뫼 김성로
지난한 세월로 익은 강이
자신의 얼굴을 은비늘로 조각내고 있었다.
세찬 바람에 밀려
강물에 뜬 마을은 깃발도 없었고,
깨어진 거울처럼 햇살도 부수고,
부서진 삶도 뱉어내며
바다에 이르면 부대낄 기억의 포말
갈대밭에 거르고 있었다.
더 이상 기억되지 않을
시린 눈빛의 걸음으로 숙성된 시간이 흐르는 강,
망덕포구에 갇혀 발걸음마저 잃는다.
속절없이 널 만나기까지 오랜 세월 걸었건만
화살촉으로 날아온 네 앞에서 과녁으로 서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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