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밭에서 어두워지다
시 : 황연진
그림 : 김성로
동에서 서로 햇빛이 곧장 넘어가던가요
아니면 흔들흔들 좌우로 출렁이던가요
제 말은, 허리께로 자라 있던 그 풀들 말이예요
햇빛이 풀을 감싸 안고 함께 흐르던가,
풀을 바라보며 혼자 가던가 그 말이예요
당신이 풀밭에 들어 아아아아, 숲이 흔들린다!
그랬거든요. 망초 꽃들이 향기도 뿌리지 않고
저들 마음대로 멋대로 춤추고 있던가요
당신은 우쭐대는 햇빛과 풀들 속에서
어찌할지 망설이고 있더란 말이예요
아무래도 빛과 풀들 사이엔 어떤 신호라도 있었나 보죠
무더기무더기 빙빙 돌아 나가기로 알아들을 수 없는
그들만의 밀어가 있었나 보죠
그래서 수풀 속에 당신의 몸은 한꺼번에 빛나기도 하고
금세 어두워지기도 하면서 흘러가지 못해
발이 묶였던 거죠, 돌아올 수 없는 망부석처럼
기울어가는 햇빛을 바라보고만 있더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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