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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글/그림과 시(picture poem)

반환식/고미숙

 

                                         

 

 

 

반환식

 

                        시 : 고미숙

                      그림 : 김성로

 

 

그는 자기 안으로 문을 걸어 잠근다

더는 지고 다닐 수 없는 무게의 짐

내려놓으려는 의식을 치르려는 것인가

어른거리는 불빛 속 까만 심지가

제 그림자를 지워나가듯

육체를 반환해드리는 의식 조촐히 치른다

스스로를 버려 더는 끌고 나갈 수 없는 몸

부패의 시계를 들여다본다

버려진 저를 만져본다

흔들어본다 이게 나였던가!

이미 어제로 누운 저를 안고

몇 장의 밤의 달력을 넘긴다

영혼은 육체의 방부제인가

고여 있는 냄새가 시간의 손을 꺼내

걸어 잠근 문을 따게 한다

가까이서 그를 읽던 사람들

그가 버린 그를 수습한다

각기 다른 자리에서 각기 다른 시야로

그도 모를 그를 꾸미고 다듬는 사람들

눈물을 지펴 매캐한 연기 피워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