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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글/그림과 시(picture poem)

꽃샘바람/이은협

 

         꽃샘바람

 

                           시/이은협  그림/김성로

 

 

 아직 봄은 저만치 먼데

 피지 못한 꽃은

 늑골 밑에 묻어두고

 춘설이 맺힌 나뭇가지 흔들어

 겨울잠을 깨운다

 

 잠든 나무들 일어나

 햇볕 어긋나 풀리지 않은

 언 땅 골라 뼈마디를 맞추며

 아직 졸린 듯 잉잉거려 운다

 

 숲 속에서 팽이를 치던 바람

 한 마당 지나가고 나면

 금빛 햇살에 물먹은 잎새들

 잠에서 깨어나

 꼭꼭 접은 가슴이랑 펴고

 앞으로 꽃 피울

 정직한 아픔을 견딜 때

 목이 긴 봄날이 들녘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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