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飛上) / 김성로
새의 꼬리가 지나치게 화려하면
넓은 창공을 자유롭게 나를 수 없다
명예와 지위로 무장한 사람은
그 무게를 이기지 못해 자유롭게 나를 수 없다
푸르고 아찔한 비상을 위해서는
양파껍질 까듯 알맹이 없는 속을 벗겨야 한다
벗기고 또 벗기어 자신 마져 버린 후
태초의 자아를 인식한 者만이
비로소 아무도 가보지 않은 푸른 세계를 볼 수 있다
안정과 평화의 요람에 길들여져
푸른 하늘을 꿈꾸지 않는 새는 날지 못한다
절벽에서 몸을 던지는 어린 새의 용기
둥지를 벗어나 하늘로 뛰어내린 어린 새의 외침
훌훌 털어버린 자유로운 비상, 깨어있는 영혼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