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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어유문학제

섬진강에 서다 / 이세종 섬진강에 서다 시 / 화림 이세종 그림 / 솔뫼 김성로 지난한 세월로 익은 강이 자신의 얼굴을 은비늘로 조각내고 있었다. 세찬 바람에 밀려 강물에 뜬 마을은 깃발도 없었고, 깨어진 거울처럼 햇살도 부수고, 부서진 삶도 뱉어내며 바다에 이르면 부대낄 기억의 포말 갈대밭에 거르고 있었다. 더 이상 .. 더보기
함박꽃 고운 미소 / 심의표 함박꽃 고운 미소 시 : 심의표 그림 : 김성로 울밑 한 모서리 보름달처럼 살며시 고개 내밀고 한가로이 앉아 기지개 켜는 날쌍한 생명하나 차분히 내리는 봄비 받아 마시고 씻고 자맥질하고 분주함 나풀나풀 돋아나는 연삽한 잎으로 녹색치마 두르고 봄볕이고 거니는 방실이처럼 활짝 웃는 태 고운 얼.. 더보기
그리운 바다 성산포 - 설교하는 바다 그리운 바다 성산포 - 설교하는 바다 시 : 이생진 그림 : 김성로 성산포에서는 설교를 바다가 하고 목사는 바다를 듣는다 기도보다 더 잔잔한 바다 꽃보다 더 섬세한 바다 성산포에서는 사람보다 바다가 더 잘 산다 더보기
편지1 / 이영철 편지1 시 : 이영철 그림 : 김성로 아무 말 하지 않으리라 봄밤에 잠들지 못하는 까닭을 한줄기 별똥을 보며 눈물짓는 이유를 바람 앞에 등불을 들고 또 하루가 저문다 해도 다시는 눈물나는 사랑에 목숨 하나 버리지 못할 것 같아 가슴엔 무덤 하나 만들고 어딘가에 아름다운 사람으로 남아 있을 너를 .. 더보기
이름을 마신다 /윤정강 이름을 마신다 시 : 윤정강 그림 : 김성로 새벽에 피는 꽃의 향기를 맡으며 술을 마시듯 네 이름을 마신다. 은밀한 새벽 곁에 있는듯 빙긋이 마음을 포개면 보고싶어 어쩌나.. 아장 걸음으로 돌아오는 봄, 짙은 색갈의 사랑을 포도주에 타서 마시고 취하여 비틀거리는 척, 네 이름 곁에서 잠들고 싶다. 더보기
풀꾹새 울음 / 김송배 풀꾹새 울음 시 / 김송배 그림 / 김성로 무지개 지우고 떠난 풀꾹새 울음소리 밤 되면 고향 먼 에움길에 깔리는데 제 마음으로 남아 어느날 바람이 된 텃밭 감나무 주저리로 달려있는 떫은 전설은 오뉴월 불볕 잘도 견딘 구름 한 조각 가슴 깊이 묻어 두고 따갑게 흘러간 시냇물속 오늘도 찾지 못한 무.. 더보기
자화상 / 이길원 자화상 시 / 이길원 그림 / 김성로 놈은 가슴 속에 칼날 하나 감추고 있다 누군가 달려들면 내려칠 칼날을 놈은 날마다 칼날을 간다 날이 시퍼렇게 서도록 나를 보호해 줄 건 이것뿐이라며 갈고 또 간다 그러다가도 정작 휘둘러야 될 때가 되면 정말 휘둘러야 하는 데 차마 차마 망설이다가 제 가슴이나.. 더보기
용서 / 김태수 용서 시 : 淸明 김태수 그림 : 솔뫼 김성로 한 때는 느티나무라는 이름으로 생애 애착에 목말라하지 않는 꽤 괜찮은 삶을 살아왔을 법한 그루터기가 기다림에 지쳐 동구밖에 주저앉아있다 숲을 이룬 나무이파리가 시들었다 하여 숲이 아닐 수 없는 것처럼 그 무엇을 향한 그리움에 흠이 보였다 하여 믿..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