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박정은)/단편소설(박정은) novel 썸네일형 리스트형 안개산사(4) 안개산사(4) 혜원의 선화는 규칙적인 수행에서 어긋날수록 차츰 색깔이 화려해졌다. 관세음 보살상이라고 그린 불화를 보고 주지를 헛기침을 했다. 벌거벗은 여자가 풍만한 젖가슴을 팔로 살짝 가리고 엎드려서 긴 머리채를 흩뜨리고 있었다. 한 쪽 다리를 길게 뻗어 마치 벗은 몸을 살짝 돌리면 앞면.. 더보기 안개산사(3) 안개산사(3) 그 때도 보련화는 혜원의 막힘 없는 법문에 차츰 존경하는 눈빛을 보냈고, 혜원의 선화에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보련화는 좀처럼 우울하고 창백한 낯빛을 버리지 못하였다. 혜원은 자신의 해박한 법문과 어느 정도 경지에 이르렀다고 평가받던 선화가 보련화의 표면에만 머무를 뿐임을 .. 더보기 안개산사(2) 안개산사(2) 행자는 사시사철 똑같은 시간에 세 끼의 공양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 마땅치 않은 모양이었다. 한 여름이라면 몰라도 겨울에는 아침을 여섯 시에 들고 정오에 점심, 오후 여섯 시에 저녁을 드는 규칙적인 생활이 매우 힘든 눈치였다. “ 네가 무척 어려운 모양 이다만, 비단 불가뿐 아니라 .. 더보기 안개산사(1) 안 개 산 사(1) 박 정 은 다솔밭을 휘감은 안개로 사물들이 빛깔을 잃고 소리마저 침식당한 듯 무지근한 정적이 흘렀다. 솔가지마다 안개 알갱이가 눈꽃처럼 피어났다. 샛길을 벗어나 구릉에 올라선 여자는 흑갈색 털목도리를 턱 아래로 밀어내고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구릉 아래는 다솔밭으로 온통 .. 더보기 헛꽃(5) 헛꽃(5) 박 정 은 마을을 뒤흔드는 날카로운 여자의 비명이 들려 왔다. 울부짖음 속에 넋두리와 비명이 한데 뒤섞여 작은 마을의 아침을 깼다. 들짐승이 포효하듯 지축을 울리는 듯한 남자의 울음소리도 뒤이어 들려 왔다. 무슨 일일까? 명옥은 물론 동네 사람들 모두가 뛰쳐나왔다. 소리의 진원지는 바.. 더보기 헛꽃(4) 헛꽃(4) 박 정 은 명옥은 다운증후군의 아이를 키울 자신이 없었다. 자신을 향해 손가락질하거나 뒤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하였다. 차라리 죽어버리길 바랬다. 모든 이의 우스개 거리가 될 아이. 그 애가 받아야 할 세상의 홀대와 자신이 그런 아이 어미로서 겪게될 비극이 두려웠다. 남편도 .. 더보기 헛꽃(3) 헛꽃(3) 박 정 은 올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여름과 가을에 걸쳐 보여준 아름다운 풍경에 흠뻑 취했다가, 된서리 내리 듯 오른 기름 값 때문에 겨울 내내 춥고 불편하게 지내다 보니 그 동안 낭만적인 시골 꿈에서 깬 듯 했다. 난방을 많이 하지 않아도 반바지 차림으로 실내를 활기차게 다닐 수 있는 아.. 더보기 헛꽃(2) 헛 꽃(2) 박 정 은 명옥이 컵이 담긴 쟁반을 들고 집안으로 들어섰다가 현관과 중문 사이의 공간에서 죽어있는 흰순이를 발견했다. 조금 전까지도 살아있던 흰순이가 어미와 동기들 곁에서 기어 나와 최대한 살아 있는 것들로부터 멀리 떨어져 조용히 삶을 마감한 것이다. 혹시나 해서 손가락으로 쿡쿡 .. 더보기 이전 1 2 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