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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과 글/그림과 시(picture poem)

이제는 이별 / 임선영 이제는 이별 시 : 임 선영 그림 : 김성로 어찌 그리 멋을 내셨습니까 물으시기에 이제는 가야지요 나들목 기스락에서 손 내미시기에 꼭 잡고 떨어트린 말 세월의 매서운 기세 앞에 이 생 지어놓은 죄 다 털고 숨고 싶다 하였습니다. 셋을 가졌는데 넷 가지라니 벅차서 너무 넘쳐서 가고 있다 하였습니다.. 더보기
풀밭에서 어두워지다 / 황연진 풀밭에서 어두워지다 시 : 황연진 그림 : 김성로 동에서 서로 햇빛이 곧장 넘어가던가요 아니면 흔들흔들 좌우로 출렁이던가요 제 말은, 허리께로 자라 있던 그 풀들 말이예요 햇빛이 풀을 감싸 안고 함께 흐르던가, 풀을 바라보며 혼자 가던가 그 말이예요 당신이 풀밭에 들어 아아아아, 숲이 흔들린.. 더보기
시인이여 / 강이슬 시인이여 시 : 강이슬 그림 : 김성로 한(佷)도 서리지 않은 넋두리나 어설프게 말초신경만 자극하는 길거리 여자들의 몸짓 같은 유희로 시인이여 시를 벌거벗긴 채 길 위에 세우지 마라 익지 않은 문장을 즉물적(卽物的)으로 나열하고 떫은맛을 포장하여 양심을 외면한 가식에 침을 뱉지도 못하는 시인.. 더보기
잡초 / 이난오 잡 초 시 : 이난오 그림 : 김성로 척박한 땅에 속 깊은 뿌리 다듬는 독경소리에 틔운 씨앗 하나 살아나는 어제 일이 부끄러워 애증의 노래 쏟아 놓는다 삭발하고 다소곳이 세월 감아 쌓아 올린 돌탑 사이 숙연한 탑돌이, 구슬땀울에 헹구는 번뇌 영혼 밭 갈아 진흙탕에 피어오른 연향 보듬어 참선에 반.. 더보기
소쩍새 / 박등 소쩍새 시 : 박등 그림 : 김성로 그가 온다 은하수 여울 건너 아득히 멀어져간 그가 야윈 발목 드러낸 채 흰 고무신 신고 온다 보릿고개 넘느라고 허리가 휘던 사람 작두날에 베인 손목의 깊고 긴 상처로 내 그루잠을 동강내던 웃음마저 젖어 있던 짧은 생 한 장 만장으로 펄럭이며 떠나간 그가 소탱 소.. 더보기
길을 나서 꽃의 향기로 숲에 지다 / 강이슬 길을 나서 꽃의 향기로 숲에 지다 시 : 강이슬 그림 : 김성로 몇 갈래로 나 있는 길 중 먼 길을 택해 홀 리 듯 나섰다 오랜 시간 그곳에서 바람에 일렁이며 마냥 기다리는 들꽃이 되려 한다 꽃샘바람 속에 하늘을 활짝 연 월동리 청 매화의 흐드러짐 속에 향기 같은 그리움은 모두 놓아 흩었다 소리없는 .. 더보기
비의 소곡/배문석 비의 소곡(召曲) 시 : 배문석 그림 : 김성로 어디로부터 살펴 왔는지 알 수 없다 벽을 사이로 어둠만큼 깊은 소리 내 귀는 벌써, 밤마중에 여념 없는데 오랜만에 앙금같은 세월을 씻기느라 토드락 토드락 떨어진 거리를 손바닥에 올려놓고 후두둑 후두둑 떨어지는 마알간 가슴을 열어 보았다 손금을 따.. 더보기
섬진강, 그 끝에/서동안 섬진강, 그 끝에 시 : 서동안 그림 : 김성로 물 빛 아쉬움 꽃 진 자리 섬진강 끝을 알리는 파도 수평에 가라앉는 이승 길 죽어서 갈매기 될까 조각난 난파선 언어로 일렁이는 보리 밭 지나 비취빛 하늘 헹구는 섬진강이 서럽다 더보기